안녕하세요. 전 세계 모든 드라마를 리뷰하는 '드리블(드라마를 리뷰하는 블로그)'의 운영자 듬칫듬칫입니다.
오늘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드라마 <안나> 리뷰(결말포함)를 해보겠습니다.
처음 <안나>의 제목을 접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애나만들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디테일한 내용은 다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혹시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애나만들기>가 실화의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라면, <안나>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100% 창작물입니다. 하필 주인공 이름이 비슷해서 더욱 헷갈렸던 것도 있었지만, 혹시 저처럼 생각했던 분들이 있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수지가 주연을 맡으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인데요, 이전까지 수지가 보여줬던 연기보다 훨씬 더 깊은 내면의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라 배우로서의 수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 기본정보
방송정보
원작 : 정한아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
장르 :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피카레스크
편성 : 쿠팡플레이, 2022년 6월 24일 ~ 2022년 7월 9일, 총 6부작(304분), 감독판 총 8부작(429분)
출연 : 수지,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등
제작 : [연출] 이주영 [극본] 이주영 [제작] 컨텐츠맵
스트리밍 : COUPANG PLAY 쿠팡플레이
등장인물
이유미/이안나 역(배수지)
<안나>의 주인공.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여자.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유미는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많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려고 해 봤지만, 점점 고단한 삶에 지쳐갔다. 시장에서 작은 양복점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청각장애가 있는 엄마를 돌봐야 하는 가장이 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포기하고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 구질구질한 삶을 바꿔보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능력 있고 예쁜 완벽한 여자 이안나가 되어 나타난다.
이현주 역(정은채)
유미의 직장 상사.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악의도 없는 사람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학까지 다녀온 후 아버지가 소유한 '마레 갤러리'의 작은 이사로 일하고 있다. 사실상, 일한다기보다는 직함만 달고, 온천을 하러 갑자기 북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는 그저 자신의 우월한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말단 직원 유미가 안나라는 이름으로 나타나자 계속 의심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안나가 된 유미를 계속해서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인물이다.
최지훈 역(김준한)
유명한 벤처기업의 대표. 자수성가한 캐릭터. 큰 야망을 품고 목표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유미를 몇 번 만나보지 않았음에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사랑 없이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이 섣부른 선택이 그에게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한지원 역(박예영)
유미가 유일하게 믿고 곁을 내어준 인물. 대학교 교지편집부의 선배이다.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이타적이며 솔직한 사람이다. 유미와는 하숙집에서 처음 만났고, 유미를 편집부로 데려가서 챙기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기자가 되어서도 유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유미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이다.
드라마리뷰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는 결말의 일부분을 담은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광활한 도로에서 차 사고가 난 후, 차에서 탈출하여 차에는 불을 지르고 혼자 걸어가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바로 드라마의 주인공 안나입니다. 과연 어떤 사연으로 차 사고가 나게 되었으며, 갑자기 왜 여권을 던지고, 또 왜 차에 불까지 지르게 되는 것일까요? 이러한 결말이 나게 된 모든 이유와 과정들을 이야기해 주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안나, 유미의 어린 시절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요즘 많은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동일하게 맞춘 수미상관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애나이야기>에서는 어느 순간 무엇이 진짜이고 거짓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애나의 거짓말에 빠져들었는데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에서는 어느 시점부터가 거짓말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점점 거짓말의 횟수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실제로는 언제 들킬지 몰라 불안해하는 유미의 심리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유미 또한, 부유한 집안은 고사하고 평범한 집안에서라도 자랐다면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을까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잘하는 것도 많은 유미였기에 그녀의 배경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괴리감이 더 유미에게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동기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라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얀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말들이 있을 만큼, 때로는 거짓말이 필요에 의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유미에게는 거짓말이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만들어 줄 유일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유미의 거짓말은 시간이 갈수록 애처롭게 느껴졌습니다. 유미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편안하고 즐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게 되었지만, 늘 내면은 전전긍긍하며 불안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만약 그녀의 전 직장 상사였던 현주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유미 또한 양심의 가책을 평생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짓말을 통해서 조금씩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자, 점점 유미의 거짓말 또한 더 대범하고 거대해졌기 때문입니다. 대학도 제대로 졸업하지 않은 유미가 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여기서 정말 슬픈 것은, 그녀가 거짓말로 만들어 낸 그녀의 배경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진짜라는 것입니다. 그녀는 타고난 집안의 환경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였지만, 실제로 그녀는 유학원에서 많은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데 성공했으며, 교수로 일하면서도 성과를 만들어내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그리고 유미는 더 큰 성공,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름 전략적으로 벤처기업 대표인 지훈과의 결혼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결혼으로 인해 유미의 삶은 점점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한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현주와 마주치게 되면서 그녀의 거짓된 삶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결국 남편인 지훈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죠. 지금까지 쌓아온 유미의 공든 탑이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유미는 이 현실에서 다시 벗어나려고 했지만, 지훈이 유미를 미국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러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됩니다. 물론, 유미도 지훈의 속셈을 알고 있었기에 순순히 동행했던 것입니다. 오히려 유미에게도 미국행은 지훈을 없애버리고, 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떠날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유미는 미국에서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일부러 사고가 나게 만들었고, 그때 바로 던져버린 남편인 지훈의 여권이었으며, 차 사이에 몸이 끼여 지훈이 탈출하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그 차에 불을 질러버린 것이죠. 그리고 이후 한 벤처기업의 대표가 미국에서 차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면서 결국 지훈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미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립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한국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유미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습니다. 거짓으로 쌓아온 인생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마지막에도 또 다른 반전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들의 대사에서 알 수 있었는데, 유미가 사람들에게 '미국에서부터 걸어온 중국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아마도 미국에서 걸어갈 수 있는 눈이 많이 쌓인 지역이니, 배경은 캐나다인 것 같은데요, 유미는 그곳에서 숙소를 운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강아지에게는 한국말로 대화를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중국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을 보면, 또 다른 유미의 거짓인생이 시작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동안 거짓말로 쌓아온 인생이 무너지면서 떠났기에 아마 이제는 본인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너무 뻔한 추측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유미는 이미 거짓말을 하는 인생에 익숙해진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는 짧은 회차지만,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고,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가치들을 깨닫게 해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원작의 제목이 <친숙한 이방인>인데,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이 제목이 정말 모순적인 표현임에도 납득이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논하는 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미가 원하던 성공적이고 화려한 삶과는 멀어진 삶을 살게 되었고, 여전히 거짓말로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죠. 언젠가는 유미가 거짓말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이상 리뷰를 마치겠습니다.